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을 머리위에 얻고 여름의 한 가운데로 달려가다 보니 어느덧 내 발걸음은 상림의 코앞에 당도해 하늘을 가리는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나를 이끌고 있었다.

함양상림(咸陽上林)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으로 신라시대 진성여왕때 최치원 선생이 함양읍의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함양읍 서쪽에 위천(渭川) 강가에 위치한 상림은 천연기념물 154호로, 봄의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등 사계절의 절경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여름철 상림은 숲속 나무 그늘에 돗자리 펴고 누우면, 도심 속의 신선의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상림의 숲 속에 조성되어 있는 오솔길은 연인들과 가족들의 대화와 사랑의 장소로 이용되며 사람들에게 여유와 사색의 시간을 선사해주고 있다.

상림에는 단순히 빽빽한 나무들이 가득한 오솔길만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함화루, 사운정, 초선정, 화수정 등 정자와 최치원 신도비, 만세기념비, 척화비, 역대군수, 현감선정비군 등의 비석, 이은리 석불, 다볕당 등 다양한 지역문화재와 볼거리가 풍부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상림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120여종에 달하는 낙엽활엽수가 1.6km의 둑을 따라 80~20m 폭으로 조성되어 있어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장은 여름철 무더위를 식히기 위한 피서지로서의 가치는 물론, 상림은 삭막한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마음의 여유를 선사하는 곳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천년의 숲 상림, 그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을 천년의 사랑을 만들어내다.
온통 노랗고 빨강 들꽃들로 만발한 상림의 입구를 지나, 둥근 아치 지붕의 멋스런 마치 포도송이 같이 매달린 머루 터널을 지나 숲의 초입에 들어서니 하트모양의 자태를 뽐내며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조형물과 사랑의 약속을 지켜준다는 사랑나무를 볼 수 있다.

숲이 조성된 시간이 천년이 넘었다 하여 천년의 숲이라는 말로 불리고 있는 상림. 그 기나긴 시간만큼 이곳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은 천년의 사랑을 이어간다는 전설이 함께하는 나무아래에는 저마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그들의 시간이 상림의 천년의 시간만큼이나 변하지 않고 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사랑나무를 만져보고 기원하는 모습 이였다.

특히 사랑나무 옆으로는 작은 열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저마다 자신의 이름과 사랑의 밀어들을 작은 열쇠에 깨알같이 적어내려 서로의 마음을 합하듯 교차시켜 열쇠를 매달아 놓은 모습들이 너무 어여쁘고, 얼굴을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의 사랑이 열쇠에 새겨놓은 수많은 말들처럼 모두 행복하게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숲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삶의 여유로움을 선물하다.
사랑이 몽실 거리며 솟아 날 것 같은 사랑나무를 지나 8월 여름 하늘의 맑은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이 들어찬 상림의 숲 속으로 들어가 보니, 절로 입안에서 나오는 탄성을 막을 수 없었다.

분명히 누군가에 의해 들려오고 있는 잔잔한 클래식의 선율을 따라 구불구불 숲의 길을 걷다보니 이곳이 어디인지 내가 정녕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를 정도로 내 자신이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시간 이였다.

직접 걸어본 상림의 숲속 길은 느림의 미학이 존재하는 곳 이였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의 선율과 그 속에서 간간히 나뭇잎 사이로 보여 지는 햇볕 그리고 통통거리며 떨어지는 푸른 도토리, 두런두런 조용히 속삭이듯이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항상 빠르게 걷고 있던 내 발걸음도 어느덧 높다랗게 솟아 있는 나무를 쳐다보고, 밝게 비추는 햇살을 보고, 발아래로 구르는 도토리를 줍다보니 저절로 발걸음은 느려지고 가을도 아닌 여름의 한복판에서 깊은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상림의 숲길은 1.6km가 넘는 거리로 오랜만에 길게 걸어보았을 사람들을 위해 곳곳에 나무벤치와 아픈 다리를 쉴 수 있는 곳들이 만들어져 있다. 나무아래 만들어진 벤치는 아픈 다리를 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무 위를 빠르게 오를락 내리는 다람쥐 청설모등의 작은 동물들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오솔길의 중간 쯤 가다보니 어느 나이 지긋 하신 한 할아버지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 할아버지는 매일 상림 숲으로 나오신다고 했다. 다람쥐가 좋아할 만한 먹이를 작은 피트 병에 넣고 소리가 나도록‘찰찰찰’ 흔들면 어디선가 그 소리를 들은 다람쥐 들이 나무를 타고 쪼르르 내려와 할아버지가 놓아 놓은 먹이들을 부지런히 양 입속에 빵빵히 집어넣고 쪼르르 반대편 나무위로 올라간다.

그 신기한 모습에 여기저기서 오솔길을 걷던 사람들이 모여들자 할아버지는 조용히 하라며 손짓하신 후 다시 한 번 다람쥐를 불러 모으시는 모습에서 저절로 미소와 함께 그 신기한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람쥐 할아버지의 신기한 모습과 함께 상림 숲길에는 숲 옆을 흐르는 깨끗한 개울을 만날 수 있다. 졸졸졸 마치 음악소리처럼 숲과 하나가 되어 흐르는 개울의 모습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최상의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시원하고 깨끗한 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는 어르신들과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물장난을 치는 아이들 그리고 시원하게 나무숲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에 이곳이 바로 최고의 휴식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시간 이였다.

연꽃이 만들어내는 정취와 향긋한 향기에 취하다.
상림에는 울창한 숲길도 유명하지만 상림 옆에 넓게 자리한 연꽃으로도 유명하다. 6월부터 8월까지 한창 아름다움을 뽐낼 연꽃, 특히 상림의 연꽃은 성인의 키보다 큰 줄기와 커다란 연잎 그리고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색을 뽐내는 연꽃이 매우 인상적인 곳 이였다.

연꽃은 줄기 잎 뿌리까지 버릴 것이 없는 식물이다. 콜라겐이 다량 함유하고 있어 노화 방지와 골다공증 예방은 물론 피부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미용기능 식품으로 유명하다.

높다랗게 솟아있는 푸른 줄기위로 파스텔 톤의 어여쁜 연꽃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 흔들리며 은은한 향기를 뽐내며 푸른 잎의 나무숲과 아름다운조화를 만들어내며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자연에서 즐기는 즐거운 하루를 선사해 준다.

자연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듯한 함양상림, 사람과 자연 그리고 작은 동물들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흐뭇한 미소를 간직하게 하고 있으며,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의 끝자락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꼭 한번 들러보아 마음의 휴식을 선물 받고 돌아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