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가고 있습니다” 하동 섬진강 팔십리길을 알리는 많은 미사어구 중 가장 적절하고 명확한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꽃피는 봄이 오면 벚꽃 터널을 만들고 한여름에는 푸른 잎으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옷을 갈아입고 수줍은 듯 손짓하며,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가 자아내는 쓸쓸함과 더불어 다가오는 봄을 기다리게 한다. 이런 다양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섬진강. 지금부터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길이 만들어내는 자연다큐 파노라마를 시작해보자.

그저 유유히 옛 선비의 글 읽는 소리처럼 조용히 흘러가는 섬진강....
하동하면 떠오르는 많은 것들 중에 제일 첫 번째는 바다에서 강으로, 강에서 산으로, 호남에서 영남으로, 또다시 영남에서 호남으로 사이좋게 번갈아 다니는 섬진강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 아홉 번째로 긴 강인 섬진강,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팔공산에서 발원하여 총 길이 223.86km, 유역면적 4,911.89㎢이며, 두 개의 국가하천과 1개의 지방1급 하천 그리고 280개의 지방 2급 하천으로 형성되어 있다.

섬진강은 발원지인 진안군 백운면과 마령면 등에 충적지를 만들고, 임실군 운암면에 갈담 저수지로 흘러들어 곡성읍 북쪽에서 남원시를 지나 흘러드는 요천과 합류 한 후 남동으로 흐르다가 압록 근처에서 보성강과 합류하는 섬진강, 지리산 남부의 협곡을 지나 경상남도와 전라남도의 도계(道界)를 이루면서 광양만(光陽灣)을 끝으로 뭍에서의 물줄기는 끝이 난다.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그리고 경상남도를 돌고 돌아 바다로 흘러가는 섬진강, 섬진강 시인 김용택 님의 시처럼 전라도나 경상도 여기저기 이곳저곳 산굽이 돌고 논밭두렁 돌아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을 만나게도 헤어지게도 하고 있다.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오늘도 물새 한 마리 없는 조용한 섬진강의 줄기는 겨울강의 침착함을 보여주며, 그 물줄기를 보고 있는 사람들까지 침착하고 고요하게 만들며 오늘도 유유히 세월의 이야기를 담고 흘러가고 있다.

하동포구
‘섬진강 하구 하동포구 팔 십리 길’조용히 그러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섬진강이 물길을 따라 이루어진 뱃길이 팔 십리에 이른다는 말이다. 이 하동포구 팔 십리 길을 따라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삶의 터전을 만들어 왔다. 팔 십리 뱃길을 오르내리며, 수많은 웃음과 눈물을 뿌린 곳, 그 옛날 하동이라는 지명이, 섬진강의 첫 포구 하동포구를 따라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지리산의 산촌사람과 남해의 섬 사람들이 만나면서 서로 생산한 물건들이 오고가게 되고, 이렇게 시간이 흘러 강의 동쪽 강변 마을에서 만남이 이루워졌다 해서 지역이 이름이 하동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수많은 사연, 사람들의 정이 가득한 하동포구에는, 바닷물과 밀물이 만나는 강의 특성답게 강의 물길이 바닷물일 때는 수심 깊은 곳에는 고기를 잡을 배를 띄우고, 수심이 낮은 곳에서는 섬진강에서 나오는 재첩을 잡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백사청송(白沙靑松).... 하동 송림(河童松林)
섬진강 물길을 따라 하동의 이 곳 저곳을 여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이 있다면, 바로 아무 곳이나 눈길을 돌려도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가 많다는 점이다. 도시의 딱딱한 콘크리트 사이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숲이나 나무가 주는 청량함은 꽉 막힌 목이 뻥 하고 뚫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강의 물길을 따라 바닷물과 밀물이 조소간만의 차이를 내면서 고운 하얀 모래 백사장을 만들었다. 이 백사장을 따라 아름드리 노송들이 가득 심어져 있어, 우리나라 제일가는 노송 숲을 이루며, 넓은 백사장과 맑은 섬진강물이 어울어 지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자아내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송림이 생겨난 건 1745년(영조 21년) 하동부사 전천상공(田天祥公)이 섬진강변의 바람과 모래를 막아 백성들을 잘 살게 하기 위해 광평리 일원에 소나무을 심었다는 것이 지금의 송림이 되었다는 설화가 내려온다. 1935년에는 섬진강교를 준공하고 홍수방지를 위한 제방공사를 하면서 송림의 일부가 훼손되어 지금은 7,881평에 620여 그루의 노송과 300여 그루의 작은 소나무가 전국제일의 인공 숲을 이루고 있으며, 맑고 푸른 섬진강이 감돌아 흐르고, 백사장과 어울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백사청송(白沙靑松)

노송의 숲과 넓은 백사장 그리고 맑게 흘러가는 섬진강, 숲 사이로 자연스레 만들어진 오솔길의 걸으며, 젊은 시절의 추억을 상기하는 어른들과 여기저기 재잘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숲과 사람 그리고 강물이 자연이라는 틀 안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한 폭의 풍경화와 함께 지친 심신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모습들 때문일까, 송림은 사계절의 자연의 변화가 뚜렷하여 전국적으로 유명한 명소가 된 하동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절대 빼놓지 않고 꼭 방문하는 관광명소가 되었으며, 하동에 살고 있는 많은 군민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평사리 공원....
섬진강변 드라이브 코스를 쭉 따라가다 보면 강변주변으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카메라 렌즈를 가져다 대어도 멋진 그림이 만들어지고, 연신 셔터를 누르게 한다.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 위치한‘평사리공원’하동읍과 구례군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하동 그린 꽃 가꾸기 사업으로 조성된 공원으로 평사리공원 주변에는 조선시대에 축성한 고소성과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토지’의 무대로 유명한 최참판댁이 자리하고 있으며, 화개장터와 쌍계사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휴식과 더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인공적으로 조성이 된 공원이지만 다른 타 지역과는 달리 주변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범주에서 주변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하는 친 환경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특징을 보이며, 우리가 흔히 공원이라면 떠오르는 인공적인 미 보다는 자연 그대로를 최대한 살리려 노력한 하동군의 정성이 엿보였다.

평사리 공원은 특히 가족단위 관광객 들을 위해 넓은 주차장과, 캠핑장, 그늘막 등 다양한 시설들이 설치되어있으며, 넓고 하얀 백사장과 더불어 섬진강에서 잡히는 제첩잡이를 체험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어린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도 가능하고, 공원 주변에는 예쁜 찻집이 있어 드라이브를 즐기는 젊은 연인들이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 앉아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따끈한 차 한 잔 의 여유와 함께 자신들이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화합과 만남의 장소 화개장터와 화개 십리 벚꽂길....
지리산의 맑은 물이 흘러내려와 섬진강과 만나는 곳에 자리한 화개.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이어주는 화개장터는 해방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5대 시장 중 하나로 전국의 어느 시장보다 많은 사람들이 붐볐던 곳이다. 이곳에는 5일 장이 섰으며, 지리산 화전민들은 고사리, 더덕, 감자 등을 가지고 와서 팔고, 전라도 구례, 경상도 함양 등 내륙지방 사람들은 쌀 보리를 가져와 팔았다고 한다. 이런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화개장터는 하동을 알리는 대표적인 하나의 아이콘처럼 전국적으로 이름이 났으며, 하동하면 화개장터를 떠올릴 정도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김동리의 소설‘역마’의 무대이기도 한 화개장터, 유행가의 노랫말처럼 화개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훈훈한 인심과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이 존재하는 만남과 화합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끝나고 3월로 접어들 화개는 벚꽃의 향연으로 또 한번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다.

온통 하얀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벚꽃 나무 아래를 사랑하는 연인들이 두 손을 꼭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다고 하여 일명“혼례길”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길은 화개에서부터 쌍계사까지 십리길이 벚꽃으로 뒤덥혀 봄이 오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십리의 벚꽃 길을 보기위해 모여든다.

아직은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겨울바람에 벚꽃의 기운은 감지할 수 없어 조금은 아쉬운 생각도 들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나는 듯이 훈훈한 바람결을 타고 앙상한 나무에 잎이 나고 꽃이 움트고 하얀 눈 같은 꽃을 피워 사람들에게 새봄의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해줄 것이다.

섬진강 제첩국 드시고 가세요...
여행의 백미는 뭐니 해도 그 지방의 먹을거리를 직접 맛보는 데서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맛의 고장 남도지방은 많은 지역 대표음식과 더불어 자연친화적이고 우리 몸에 좋은 토속음식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섬진강 강변 주변에도 역시 많은 지역의 특산품을 이용해 맛있는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는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그 중 우리의 눈길이 머문 것은 깨끗한 1급수 섬진강에서 잡아 올린 제첩으로 만든 음식들이였다. 시원한 국물과 더불어 작은 알맹이가 씹는 맛을 더하는 재첩국과 함께 주인아주머니의 맛깔스러운 손맛으로 탄생한 여러 가지 음식들과 훈훈한 인심이 더해져 음식의 맛을 더욱 배가 시키는 것 같았다. 특히 그 작은 제첩으로 어쩜 그리 많은 메뉴를 만들 수 있는지 감탄하며, 배가 불러 모든 음식을 맛볼 수 없다는 점에 안타까울 따름이였다.

대하소설 토지(土地)가 만들어내는 문학의 향기
섬진강을 따라 이어진 길을 달려 화개장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 여정은 우리나라의 문학의 정점에 있다는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평사리에 도착했다.

평사리는 지리산의 거대한 능선이 남으로 가지를 친 남부능선의 대미에 해당하는 성제봉 아래 넓은 평야지대로 동학혁명에서 근대사까지 우리 한 민족의 대서사시인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토지”의 배경이 된 곳이다. 평사리에는 소설속의 최참판댁이 한옥 14동으로 구현되어 있으며, 조선후기 우리 민족생활모습을 담은 초가집이나 유물들이 조성되어 있어, 이곳을 찾은 많은 학생들이나 어린이들에게 좋은 학습의 장이 되고 있다.

중 고등학생 때 꼭 읽어야하는 도서 목록 중 가장 첫 번째로 이름을 올리는 토지(土地)

경남 하동의 평사리를 무대로 하여 5대째 대지주로 군림하고 있는 최참판 댁과 그 소작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대하역사 장편소설로 주인공 최서희가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우리 민족의 한 많은 역사의 한 단면과 더불어 인간적인 고뇌와 시련을 겪으면서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들을 넘어서려는 의지가 담겨와 함께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고 있는 책이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에 지금도 많은 관광객들이 꼭 찾아오고 있으며, 특히 매년 가을에는 전국의 문인들의 문화축제인 토지 문학제가 이곳에서 개최되어 전국 제일의 문학마을로서 자리매김 하고 있으며, 너무 어렵게만 느끼는 문학이라는 장르는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상품이 계발되어 이곳을 방문하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문학의 향기를 진하게 전파하고 있다.

화합의 다리 남도대교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길게 이어진 길로 쉼 없이 달려 어두운 밤하늘에 환한 조명을 밝힌 남도대교에 이르렀다. 2003년 7월 28일은 하동과 구례 사람들에게는 아주 역사적인 날이였다. 구례군 간전면 운천리와 하동군 화개면 탑리에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남도대교가 개통된 것이다.

전라남도와 경상남도가 협력하여 만들어진 이 다리는 단순히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 뿐 만 아니라, 그동안 언론매체에서 항상 말해왔던 우리나라 동서화합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아주 특별한 다리가 된 것이다.

빨강, 파랑, 보라, 초록 등 대교의 아치가 아름다운 불빛으로 옷을 갈아입고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어 내며,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대교 밑으로 흐르는 섬진강의 물줄기 소리와 함께 보고 있는 이들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80십리 섬진강 길을 따라 하루 동안 이어졌던 여정이 남도대교를 지나 하동을 넘어 구례로 이어지고 있었다. 구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오늘 하루 동안 지나왔던 곳 들을 다시 생각해니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이 어우러진 한편의 잘 만들어진 자연 다큐를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낸 섬진강....
그 속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들을 터득해, 희망과 꿈을 찾아 살아가는 모습에서 오늘도 조용히 흘러가는 섬진강의 물줄기가 우리의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편안하게 해 주는듯한 느낌과 더불어 따뜻한 봄이 오면 다시한번 꽃이 피어있을 섬진강변을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