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가 가장 아름답다는 10월이 아닌데도 전국에서 몰려든 여행객들과 순천만의 풍경을 찍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순천만의 풍경은 말 그대로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자연의 보고였다.

온 주위가 갯벌이라 물색은 탁하게 보이지만 다른 곳과 달리 오염이 되어 물색이 탁한 것이 아니라 갯벌이 많기 때문에 물색이 흐리다는 것은 당장에 알 수 있었다.

순천만은 800만평의 갯벌위에 70만평의 갈대밭으로 이루어진 자연의 보고로 우리나라 최고의 단편소설 인 김승옥의 “무진기행”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순천만을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갈대와 갯벌, 철새들의 낙원 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천해의 자연 환경이 내가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커다란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여러 번 방문을 통해 느낀 순천만은 계절마다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었다.

겨울에는 갈대가 모두 사라져 휑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면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고, 봄과 여름의 순천만은 파릇파릇한 갈대 속에서 생명의 피어오름을 느낄 수 있으며, 가을에는 황혼과 함께 어우러진 갈대의 향연에 할 말을 잃을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갈대 숲 사이에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길을 걷다보면, 일상생활에서는 잘 보지 않는 하늘을 자주 보게 되는 날 느낄 수 있었다. 도시의 건물 사이로 보는 하늘과 순천만에서 보는 하늘은 같은 하늘이라는 걸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맑고 높다. 시원스럽게 부는 바람 속에 몸을 맡기고, 산 속에 만들어진 오솔길 같은 길은 걷다보면, 내가 일상생활에서 몸으로 느끼는 상념과 스트레스는, 해소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약화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고, 그 길 끝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보니, 많은 사람들이 해넘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감에 따라 서서히 넘어가는 해님을 보면서 분위기는 점점 숙연해 지고, 마치 새해 첫날에 새로운 각오를 다지듯 보는 일출의 느낌과 비슷한 감명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든 재주를 가진 곳 이였다.

밀란 쿤데라 는, "저녁노을을 보면 아무리 행복한 사람도 향수에 젖는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순천만은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치열한 삶의 현장이며, 사람들에게는 지난날의 향수와 함께 어머니의 품속과 같은 안락한 휴식을 선사해 주고 있다.

우리는 요즘 가치 있는 투자라는 말을 자주 듣고, 또 말하곤 한다. 이렇듯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순천만을 우리는 더욱 아끼고 새로운 자원을 계발하는데 있어 단순히 이익의 논리만이 아닌 자연의 논리도 생각하면서 발전시켜야 나가는 것이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가장 진정한 가치 있는 투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