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대표, 사실상 퇴진거부 ‘사태수습 지휘’ 의지 피력

2016. 10.27(목) 01:03

[서울/아침신문]이문석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최순실 파문'으로 대국민사과를 한 직후 새누리당은 26일 정례회의가 취소되고, 대신 긴급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가 잇따라 소집된 가운데 이정현 대표는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당내에선 비박계를 중심으로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그간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전면적인 당·정·청 인적 쇄신론이 여권에서 공개적으로 도출했다.

특히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의 대폭적인 인적 쇄신과 국정 쇄신을 공식 요청하고, 이번 사태와 ‘직간접적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교체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이정현 대표는 박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당의 제안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인적쇄신에 있어서는 어떤 것에도 연연해서는 안 되고, 과감하고 지체 없이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 부속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인적 쇄신 요구를 받고 있는 인사들을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예견되고 있다.

아울러 새누리당 내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인한 국정 붕괴를 두고, 당·청 동반책임론이지만 그동안 청와대 옹위에만 급급했던 친박계 중심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정현 대표는 사실상 ‘당 대표로서 당사에서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상주하며 지휘하겠다’고 밝혀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최순실 씨에 대한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검사를 토입키로 전격 결정하였고, 또 긴급 의원총회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제안한 특검 도입 방안을 만장일치로 추인했다고 밝혔다.

또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총 도중 기자에게 “우리 당 소속 의원들의 총의로 특검수사 방침을 결정했다”면서 “특검 실시를 위한 여야 협의를 바로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하며, 또 “당 소속 의원들의 총의로 특검수사 방침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정 원내대표는 의총을 마친 뒤 ‘자신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다만 당장 수습하는 게 문제인데 기간이 얼마 되지 않은 지도부를 대체할 만한 특단의 대안들이 나온 게 아니고’라며 즉각적인 사퇴에는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이에 원내 2당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ㆍ편파기소 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최순실 모녀의 여권 효력정지를 통해 조속히 신병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며 “수사를 틀어막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탈당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 조치 등을 헌법에서부터 시작하여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모든 법규에 정해진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당장 우병우 수석과 문고리 권력 3인방을 해임하고, 솔직한 참회와 자백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가운데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은 전날 인적쇄신 등 후속과 관련해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사표에 대한 다양한 찬.반 토론에 대한 의견이 있었다"고 말하였으나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수석비서관은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데 책임을 통감하면서 일괄 사의를 표명하자고 제안했고, 다른 비서관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사의를 표하는 건 무책임한 행위'라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인적쇄신 한다고 했기 때문에 이제 대통령 판단에 맡겨야 한다’면서 "지금 대통령에게 일괄 사의를 표하는 건 지금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굉장히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인적쇄신 시기와 관련해선 내주 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으나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이후 여론의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참모진이 일괄 사퇴할 경우 레임덕이 가속화 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인재 영입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또한 후임 인선을 조기에 마무리할 수 있더라도 교체 폭이 크다면 안정적인 국정 마무리를 기대할 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이번 '최순실 파문'의 사태를 이정현 대표가 정치적으로 또 한번 최상의 선택을 가지고, 정면 돌파하여 이 난국을 사생결단하여 해소할 경우 그 수혜는 결국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늦춰줄 수 있어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문석 jlms10240@hanmail.net        이문석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