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부는 11월부터 이듬해 날이 따뜻해질 때까지 겨울 입맛을 깨우는 별미로 꼬막이 있다.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8진미 가운데 으뜸으로도 꼽히는 꼬막은 단연 벌교꼬막이 으뜸으로 꼬막은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필수 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꼬막은 클수록 탄력이 있고 특유의 향이 강하다. 또한 입이 벌어져 있고 건드렸을 때 움직이는 것을 고르면 좋다. 겨울철에 육질이 단단해져 식감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꼬막은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나지만 벌교 참꼬막의 쫄깃쫄깃한 맛에는 미치지 못한다. 모래나 황토가 섞인 여느 개펄과 달리 유독 깊고 찰진 진흙벌이어서 이곳 벌교에서 잡히는 참꼬막은 그만큼 맛이 쫄깃거리고 깊다.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인 벌교인지라 소설에는 꼬막 이야기가 여러 군데 나온다. 정하섭과 하룻밤을 보낸 소화가 아침거리로 꼬막이 없는 것을 아쉬워 하고, 외서댁을 범한 염상구는 그녀를 쫄깃한 한겨울 꼬막 맛에 비유했다. 월녀가 딸 소화의 꼬막무침 솜씨를 칭찬하는 대목도 나온다.

그리움이자 첫 남자의 흔적들을 두 번째 사랑이 잠든 사이 아궁이에 하나둘 태우던 무당의 딸 소화. 하얀 싸리꽃이란 이름의 이 여자는..

“오매 으짜끄나와 아까부서 잉~”

어머니의 말처럼 그녀는 어린 나이에 맛드러지게 꼬막을 무쳐냈드랬다. 그저 무당의 딸인 것이 아까운 것이었다.
벌교읍에서 순천 방향으로 가다가 벌교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 좌회전하여 300m 쯤 가면 제석산 등산로 길 입구에 왼편으로 태백산맥문학관이 있고 그 왼편으로 소화집이 있고 건너편에 현부자집이 있다. 그 맞은편에 꼬막정식을 하는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 383-1번지. 현부자네꼬막정식집이 있다. 벌교에서 태어나 자란 현부자네꼬막정식집의 주인 배영미씨는 “꼬막은 살짝 알맞게 데치는 기술과 꼬막의 맛을 훨씬 돋워주는 초고추장 맛이 음식의 맛을 결정하게 된다”고 한다.

넓은 주차장과 100여명이 한꺼번에 식사를 할 수 있으며, 단체 손님은 061-857-7737로 미리 예약을 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게 좋다.

-TIP- 
참꼬막이 얼마나 맛있었던지 벌교 사람들은 “감기 석 달에 입맛은 소태같아도 참꼬막 맛은 변치 않는다”는 말을 즐겨 한다. 그만큼 물리지 않는 게 벌교 참꼬막이다.

꼬막은 자연산 참꼬막과 양식된 새꼬막그리고 피꼬막 세 가지로 나뉘는데 최고는 역시 참꼬막이다. 껍데기의 세로줄이 듬성듬성하고 골이 깊이 파여 있는 참꼬막은 표면에 털이 없고 쫄깃쫄깃한 맛이라야 제삿상에 올려졌다. 껍데기 색이 엷고 솜털을 가진 새꼬막은 골이 없이 줄무늬만 있다. 피조개와 닮은 주먹만한 피꼬막은 주로 회로 먹는다.

4일과 9일이면 인근 고흥은 물론 순천, 그리고 보성의 장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는 벌교장이 선다. 장이 설 때면 벌교 꼬막 맛을 못 잊는 외지인들이 근처 식당에 몰려와 참꼬막 한 접시와 막걸리를 앞에 두고 ‘외서댁’을 들먹이는 곳이기도 하다. 한 겨울 벌교장을 찾아 쫄깃한 참꼬막 한 접시에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는 것도 벌교여행의 낭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