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길 열림 행사, 성황리에 마쳐

세계지질공원 활용, 지질관광 정착 기대
'민속문화 지질트레일' 표방,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개통!

2014. 10.26(일) 17:57

[제주/아침신문]고성민 기자 = 지역밀착형 생태관광으로써 새로운 제주지역 관광 아이콘으로 거듭난 지질트레일의 세 번째 코스인,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이 드디어 베일을 벗고 도내외 탐방객들에게 공개됐다.

제주관광공사(사장 최갑열)는 지난 25일 김녕어울림센터에서 도민과 관광객, 마을주민 등 약 1천5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길 열림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박재철 제주시 부시장, 최갑열 제주관광공사 사장, 강만생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트레일 추진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인사 외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한국지질환경연구원, 한국지구과학회를 비롯한 국내 최고의 지질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새로운 지질트레일 개통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제주관광공사 최갑열 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번 지질트레일은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며 자연과 더불어 독특한 문화를 만들고 살아왔던 제주인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라며 “단순한 길이 아닌 우리의 삶과 이야기가 녹아든 길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시 부시장은 축사를 통해 “지질트레일은 관광으로 인한 수익이 마을로 직접 환원되는 지역밀착형 관광상품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만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며 ”제주인의 삶의 원형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 제주에서도 지질적으로도 민속, 문화적으로도 의미 깊은 곳인만큼 이번 행사를 계기로 농촌의 6차 산업화를 통한 마을 소득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만생 지질트레일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추천사에서 “마을 주민들이 빌레를 깨서 밭을 일구고 바다에서 어로활동으로 하며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이야기를 만든 지역인 만큼 다양한 지질자원 포인트와 민속문화 포인트가 포함돼 있다며 수월봉 지질트레일,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이 길이 지질관광 정착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은 총 14.6km로 김녕어울림센터를 출발하여 도대불, 김녕본향당, 궤네기당과 입산봉, 조른빌레길, 진빌레정, 당처물동굴, 월정카페거리 등을 돌아 다시 김녕어울림센터로 돌아오는 순환코스이다.

이번 지질트레일은 천연기념물 제384호인 당처물동굴을 비롯한 용암동굴과 용암이 분출하여 퇴적층을 덮으면서 넓은 용암대지를 형성한 '빌레지대' 등 다양한 지질자원을 비롯해 주민들이 바위를 깨고 밭을 일군 '빌레왓'과 풍부한 어장을 통해 ‘반농반어’ 생활을 했던 제주인의 삶의 원형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이런 삶에도 굴하지 않고 가족과 마을의 무사안녕을 기원한 '당신화'를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렇듯 김녕·월정 지역은 지역의 독특한 지질이 마을의 농경·어로 문화는 물론, 민속문화의 원형이 되었다는 점을 바탕으로 '바당밭, 빌레왓을 일구는 동굴 위 사람들의 이야기 길'이란 테마가 정해졌다.

코스 걷기 행사는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 핵심명소인 만장굴을 최초로 탐사해 세상에 알린 꼬마탐험대 어르신들의 선창으로 시작됐다. 꼬마탐험대는 1946년 부종휴 교사와 함께 만장굴 탐험에 나섰던 같은 반 학생 30여명으로, 이번 행사에는 이 중 다섯 명의 어르신들이 참석해 만장굴 마을인 김녕과 월정에서 열린 이번 트레일의 개통을 축하해주었다. 

꼬마탐험대 중 한명이었던 김두전씨는 "만장굴을 탐험한 이후 이곳에서 줄곧 살아오면서 내 마을 김녕과 월정을 더욱 알릴 수 있는 중요한 행사에 참가하게 돼 기쁘다"며 “많은 분들이 지질트레일에 오셔서 우리 마을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재미난 이야기를 얻어가셨으면 좋겠고 이번 행사를 계기로 부종휴 선생님과 우리 꼬마탐험대의 활약이 다시금 조명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레일 코스 중 주요 포인트에는 지질마을 해설사들이 배치돼 중요한 지질 자원과 마을 문화, 역사 등을 직접 설명해 줘 탐방객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지질마을 해설사는 김녕, 월정 주민으로 구성됐으며 지난 12월부터 2차례의 기본 교육과 1차례의 심화교육을 거쳐 직접 우리 마을 알리미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해설사들은 지질트레일 운영과 함께 주요 포인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전반적인 마을 역사, 문화 등을 교육받아 전문적인 지질마을 해설사로 거듭나게 됐다.

이번 길 열림 행사를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는 한 탐방객은 “무작정 길을 따라 걷는 도보길만 다녔었는데 중간 중간 해설을 들으니 지금까지 다녔던 많은 길에도 소중한 이야깃거리가 숨어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각 포인트별 다양한 지식과 마을에 대한 궁금증을 그 때 그 때 풀 수 있어서 길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녕·월정 지질마을 해설사는 “교육을 받으면서 이 마을에서 태어나 줄곧 거주하면서도 몰랐던 다양한 마을 역사와 지식 등을 알게 되서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다”며 “마을을 찾아와주는 분들에게 직접 마을을 알리고 설명 드리다 보니 어느 때보다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고 더 많은 교육을 통해 더욱 훌륭한 지질마을해설사로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제주관광광사는 개별적으로 지질트레일을 찾는 탐방객들을 위해 김녕·월정 지역의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묶어 해설서도 발간했으며 모든 참가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이번 해설서는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해설서에 이어 두 번째로 발간됐으며 총 160여 페이지로 크게 제주 용암동굴의 비밀, 드르빌레길이 품은 이야기, 바당빌레길이 품은 이야기로 나눠졌다. 지질자원은 물론 지역의 역사문화 이야기가 알기 쉽고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어서,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하였다. 

행사장 주변에는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동부보건소 마당에 자리한 건강빌레정원에서는 맨발로 빌레와 송이를 밟아볼 수 있는 이벤트가 마련돼 많은 탐방객이 몰렸다. 아울러 청굴물에서 진행된 대나무 낚시대 만들기 체험에는 많은 학생들이 몰려 옛 어른들의 지혜와 생활상을 배우기도 했다. 실제 많은 탐방객들은 대나무 낚시대로 물고기를 잡아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행사에는 지질트레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오브랜드를 대거 선보이는 자리였다. 우선, 길 열림 행사와 함께 열린 지질문화축제(지오컬처페스티벌)에서는 지질자원으로 인해 생긴 독특한 지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김녕 돗제와 월정 해신제가 재연됐다. 

월정 해신제는 멸치잡이의 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빌고자 행해졌던 유교식 제의다. 월정 지역에서는 현재 해신제를 따로 올리지 않고 포제와 함께 거행하고 있으나 이번 행사에서는 기존의 해신제 형태를 그대로 빌려와 과거 해신제 터였던 해신당에서 진행됐다. 제의가 끝난 이후에는 탐방객들이 함께 어울려 바다에 제물을 던지는 ‘지묻음’을 체험해볼 수도 있어 큰 반응을 이끌어 냈다. 게다가 제의가 끝난 이후에는 해신제와 걸 맞는 멜 음식이 탐방객에게 제공돼 더욱 더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치러진 돗제는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 지역문화 축제에 대한 도내외 탐방객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돗제는 선사시대부터 전해져온 마을공동신앙으로 마을 농경을 관장하는 궤네기또 신에게 돼지를 통째로 바치던 제의다.

이번 돗제에서는 탐방객들이 쓴 소원지를 심방(무녀)이 직접 태우고 하늘에 기원해주는 비념행사까지 이어져 많은 탐방객들의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돗제가 끝난 이후에는 지오푸드 시식행사도 진행됐다. 김녕 지역 대표 지오푸드인 몸죽은 돗제를 하기위해 돼지고기를 삶았던 국물에 모자반과 조를 넣어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눠먹을 수 있도록 만든 음식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공동체 생활을 중요시했던 마을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씨까지 엿볼 수 있어 더욱 뜻 깊은 나눔이 되었다는 후문이다. 지질트레일 완주 후 허기진 탐방객들에게 큰 인기를 누려 준비한 700여분 몸죽이 30분 만에 전량 소비되기도 했다.

행사 당일에는 몸죽 외에도 우뭇가사리로 만든 ‘우미무침’이 지오푸드로 천 선을 보였다. 한천의 원료로 쓰이는 우뭇가사리는 식이섬유소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아 건강을 생각하는 요즘 웰빙식품으로 각광받는 재료다. 우뭇가사리는 100% 자연산으로 해녀들이 직접 채취해야 수확할 수 있는 만큼 풍부한 조간대를 자랑하는 김녕, 월정 지역의 지질을 대표하는 지오푸드로 선정됐다. 아울러 월정 지역에서는 멜(멸치)로 만든 멜튀김을 선보여 많은 탐방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제주관광공사는 행사 당일 선보인 몸죽과 우미, 멜요리에 대해 추후 마을에서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핵심 지질마을에서 생산된 특산물 및 소규모 가공식품을 브랜드화 해 선보이는 지오팜으로는 고구마와 녹두, 보리쌀 볶음참깨가 선보였다. 모두 김녕 마을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정가보다 비교적 저렴한데다 깔끔한 용기와 정성스런 제품으로 도외 탐방객뿐만 아니라 도내 탐방객들의 관심도 끌었다.

지오하우스의 오픈 행사도 당일 개최됐다. 김녕·월정 지역 지오하우스로 선정된 제주돌집은 행사 당일 탐방객들을 위해 행사 내내 오픈하우스 형태로 공개됐다. 제주돌집은 제주의 전통 주거문화인 안거리·밖거리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집 마당에서 빌레를 볼 수도 있어 탐방객들이 지역 주민의 생활을 느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을 선사했다.  

한편, 지질트레일 코스 중간에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준비한 다양한 문화행사도 펼쳐져 탐방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마을 주민들이 빌레를 손수 깨면서 개간한 밭들이 주변에 펼쳐져 있는 조른빌레길에서는 아름다운 오카리나 연주가 탐방객을 맞이했다. 또한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공식 쉼터인 진빌레정 옆에서는 아름다운 현악 공연이 펼쳐져 많은 탐방객들의 발걸음을 잡았다.

한 탑방객은 “밭담과 바다가 어우러져 놀라운 풍경을 자아내는 진빌레정에 앉아 땀을 식히며 노래를 듣고 있노라니 저절로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다”며 “처음 참가하는 지질트레일이라 어떤 행사가 있을지 궁금했는데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든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월정 해변 정자에서는 슈퍼스타K6에서 큰 존재감을 발휘했던 제주도민 이예지 양이 거리공연을 펼쳤다. 많은 탐방객들은 흥겹게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박수로 화답하면서 흥겨운 잔치를 즐겼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주민과 더불어 상생하는 착한 여행, 자연을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닌 학습하고 보전하는 생태관광에 대한 관심이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에 대한 높은 참여로 나타난 것 같다"며 “지질트레일이 제주의 새로운 관광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마을 주민들과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은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원하는 시간 때 걸어볼 수 있는 도보길로 해설사 동행을 원할 경우 홈페이지(www.jejugeopark.com)에서 신청할 수 있다. 리플릿과 해설서 등은 지오인포인 김녕어울림센터와 월정리사무소에서 수령 가능하다.

고성민 godori1577@hanmail.net        고성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