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 법정 스님은 이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며, 형식적인 장례의식을 일절 치르지 말라고 당부하며, 출간되었던 책도 단종하고, 사리도 탑도 세우지 말 것을 당부하며, 우리시대 큰 스승은 그렇게 평소의 말씀처럼 마지막까지 빈손으로 스님의 가시는 길은 가벼우셨다.

법정 스님은 평생 불교의 가르침을 지키는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는 분이셨다. 평생 직접 창건한 길상사에서 법회를 주관하는 회주를 한동안 맡았을 뿐 수행자로서 청빈함을 잃지 않으신 분으로, 한국전쟁을 겪으며, 시작된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을 대학 재학 중이던 1955년 겨울 집을 나서며 선택한 입산 출가의 길에서 당대의 선승 효봉스님을 만난 뒤 그 자리에서 머리를 깎았고, 평생 수행생활을 시작하셨다.

평생을‘무소유’의 가르침을 전하고 실천한 법정스님은 지난 11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 13일 오후 출가본사인 송광사에서 범종이 108번 울리는 가운데, 스님의 유지에 따라 화려한 만장도 조사도 없이 조촐하게 치러졌으며, 법정스님은 따로 수의도 갖춰 입지 않은 채 평소 입었던 승복그대로 작은 대나무 평상위에 가사를 덮고 누운 채 한줌의 재로 이번 생을 마감하게 된다.

법정스님의 법구는 14일 오전 10시까지 약 24시간 동안 다비되며 유지에 따라 사리를 수습하지 않고 타다 남은 뼈만 빻아 상좌 스님들에게 넘겨져 산골(散骨)된다. 또한, 다비준비위원회는 산골 장소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법정 스님이 오래 머무르던 강원도 오두막, 송광사 불일암, 길상사 등지에 뿌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입적한지 7일 되는 초재(17일)부터 6재(4월21일) 까지는 서울 길상사에서 봉행되며 49재(4월28일)는 송광사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한편, 이날 다비식이 열린 송광사에는 법정스님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전국 각지의 불교신자와 스님 등 추모객 3만여 명이 운집하였으며, 송광사를 품은 조계산 언덕에 자리 잡은 다비 장에만 1만5,000여명이 몰려 우리 시대의 큰 스승님 이셨던 법정 스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