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이 낳은 거장 소설가이자, 지난 62년에 문단에 등단한 후 탄탄한 소설기법으로 40년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소설가 서정인과 단편‘무진기행’의 작가이자 영화인으로 60, 70년대를 풍미했던 김승옥 작가의 문학비가 지난 26일 모교인 순천고등학교 교정에 세워졌다.

이번 문학비는 순천시민, 순천고등학교 동문과 여러 문인과 독자들의 모금으로 건립된 것으로 그 의미가 남다른 가운데, 조각가 민형기 씨 가 작업을 했으며, 두 작가의 작품과 연보가 담긴 배 모양의 문학비와 책을 형상화한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 허상만 전 농림부 장관이 작품 선정에 참여해 서정인 작가의‘모구실’과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의 일부가 작가들의 서명과 함께 새겨졌으며, 이날 제막식에는‘산문시대’동인으로 활동했던 문학평론가 김치수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김화영, 홍정선, 이호철, 호영송, 김도언, 김숨, 방현희, 구경미, 김이은, 손정순 등 많은 문학계, 출판계 지인들과 가족, 동문, 시민이 함께해 제막식을 축하했다.

문학비의 두 주인공인 서정인 씨와 김승옥 씨는 고향인 순천에서 중. 고교를 다닌 동문으로 꾸준한 작품 활동 을 통해 우리나라 문학계의 거장으로 우뚝 선 분들이며, 서정인 씨의 경우 미로’ ‘나주댁’ ‘달궁’ ‘모구실’등의 작품을 통해 개성적인 문체와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소설작법으로 단편소설 미학의 본보기를 보이며 문단에서 ‘스타일리스트’로 평가받고 있으며, 한국문학작가상(1976), 김동리 문학상(1988) 이산 문학상(2002)등을 수상했다. 특히 새로운 소설기법을 추구해온 작가의 작품세계는 경박한 이 시대에 사유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개성적인 문학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소설가 김승옥은 한국 현대문학사상 가장 탁월한 단편소설로 손꼽히는 ‘무진기행’의 작가로 1960년대 서울대학교 불문학과 재학 중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생명연습’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 하게 되었으며, 20대 초반의 젊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싱싱한 감수성과 천재적이고 감각적인 문체로 60,70년대를 풍미하면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통해 전후세대 문학의 한계를 단숨에 뛰어넘은 모더니스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인‘무진기행’‘서울 1964년 겨울’등은 급격히 진행되던 도시화와 그에 따른 인간소외 문제 등을 담은 작품으로 시대의 아픔과 희로애락을 허무주의 시각과 함께 그려내면서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김승옥 씨는 소설가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자가로도 맹활약, 그의 대표작인 서울 1964년 겨울’은 10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서정인 씨는 이번 문학비 제막식에 대해 아무것도 이뤄놓은 것이 없는 나에게 이렇게 과분한 문학비를 세워주셔서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송구스럽다"며 "오늘의 문학비 건립이 모교 후배들로 하여금 영상매체를 떠나 책을 가까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이라는 소감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