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미술시장의 대중화가 확산되지 못한 이유로는 아무래도 우리 국민들의 미술문화에 대한 인식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는데, 경제성장 제일주의와도 연관이 된다 하겠다.

또한 초·중·고등학교 교육에서 보다 다양한 미술문화를 접하기보다는 단지 교과서 위주의 이론과 실기위주의 교육으로 미술문화를 실생활과 연결시키지 못한 책임도 크다 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미술시장의 경우, 작가 수에 비하여 수요층이 너무도 빈약한 상태이며 따라서 미술시장은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처럼 인식되고 투기의 장으로 불신 받는 경향이 있다. 미술품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써 경제적인 가치와 우리의 정신문화를 형성하는 근거를 이룰 수 있는 예술성을 지니므로 다원적인 가치 창조를 위해서 미술시장의 활성화는 필수불가결하다고 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날 순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10여 명이 넘는 작가의 작품 30여 점이 경매에 붙여졌는데, 출품한 작품 모두 낙찰되어 경매장에서 조명을 받은 작가가 있다. 노란 색의 바탕에 굳건한 몸통, 그리고 푸름이 돋보이는 소나무를 자신만의 미감(美感)으로 표현한 서양화가 장 순이 그 주인공으로 만나본다.
소나무의 재해석과 작가의 관점(觀點)
소나무를 주제로 서울(2010. 인사동)과 전주(2011. 전북예술회관)에서 전시회를 가질 정도로 최근 그가 즐겨 그리는 대상은 소나무이다.
이에 대해 “어느 날 소나무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난 소나무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소나무의 변함없는 푸르름과 고절함이 막연히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소나무에 빠져들수록 또 다른 매력이 손짓하고 있음도 깨닫기 시작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그 고백 속에는 인간과는 다른 표현으로 말동무가 되어 주면서 늘 곁에 서 있었던 유년시절의 소나무에 대한 기억과, 자고나면 변하는 빠름 속에서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존재하는 소나무의 오늘이 함께 한다.

한국회화에서 소나무는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표현하는 중요한 소재 가운데 하나로 시대와 계층을 초월해 사랑을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만큼 그 표현이 자칫하면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법고창신(法鼓創新)의 정신은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도 여전히 나에게 유효하고 소중으로 덕목으로 삼고 싶다”는 작가.

작가의 작품 속 소나무를 들여다보면 흡사 소나무 껍질을 떼어다 붙인 듯한 볼륨감은 “작업과정에서의 실험적 시도도 그러하거니와 한국화, 문인화에서의 여백, 그리고 원근을 다르게 표현하려 했다”는 설명과 같이 작가 나름의 소나무에 대한 재해석으로 때로는 파랑, 때로는 노랑의 바탕색 설정 역시 그만의 ’혼’을 불어넣기 위해 노심초사한 결과물이다.
열정을 녹여주는 진정제이자 소통의 매개체
장순은 ‘참 열심히 작업하는 작가’로 주변에 소문이 나있다. 그래서일까. “간혹 캔버스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는 표현과 같이 도심에서 떨어진 아뜨리에에서 온종일 작업에 몰두할 때가 많다. 하지만 척박한 미술 시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전업작가로서 길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외줄타기를 멈추지 않으며 힘겹게 왔다”는 말이 그리 낯설게만 들리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사람이 별로 찾지 않는 자신만의 작업실에서 길어 올린 명상과 사색. 특유의 미적 감성과 예술적 열정으로 “고독과 소통 사이에서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뿌리를 더 튼튼하게 해주는 자양분으로 여기면서 한 뜸 한 뜸 수를 놓듯이 여기에 이르렀다”는 작가는 때로는 ‘행복의 중얼거림, 고독, 번민, 그리고 세속적 욕망이 뒤엉켜’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결국 “그림은 나의 상처를 위무해 줌과 동시에 치료행위다. 나의 열정을 녹여주는 진정제이며, 세상 또는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게 해주는 매개체다”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다독인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온갖 어려움들이 ‘뿌리를 튼튼하게 해주는 자양분’으로 승화되어 스스로를 성찰하는 지혜를 얻음과 동시에 척박한 토양 속에 사투를 벌이면서 몸부림치는 일들이 스스로의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여겨지는 전업작가 장순. 미술작품을 통한 세상과의 소통과 소통 가운데 누구에게 보이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진솔한 그만의 얘기를 화폭에 담기 위한 노력을 오늘도 멈추지 않는 것이다.